요즘 페북에 팥빙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여러 모양의 팥빙수를 보다보니 떠오른 잡생각.
보통 팥빙수는 팥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몇몇 데코레이션을 위한 재료들이 얼음 위에
올라간다. 우리집 팥빙수는 이렇게 많은 걸
얹어줘요...라고 쥔장이 말하려는 것 같다.
한번은 갈은 얼음 아래쪽에 팥과 아이스크림을
넣은 사진을 봤다. 겉으로 보기엔 바닥이
짙은 갈아놓은 얼음산 같이 밋밋했다.
... 과연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이런 얘길 꺼내면 대개는 후자가 포장은 별로
지만 진정한 앙꼬들이 푸짐하여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럴 확률이 높다.
팥앙금과 아이스크림이 얼음 위에 있냐 아래에 있냐
하는 문제는 팥빙수의 철학이다.
전자는 재료를 홍보한다. 나 이만큼 올라가 있으니
당연히 섞으면 맛날 것이 아니겠냐...라는 의도다.
후자는 맛을 홍보한다. 팥빙수를 시켰는데
얼음 아래 깔린 재료들은 보이지 않아도 섞으면
이것은 '팥빙수'의 맛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의미.
보여주는 것에서 자신감을 찾는가 보여주지 않고도
자신감을 내비치는가.
혹은,
보고서 믿는가, 보지 않고도 믿는가...의 문제다.
팥빙수의 팥의 위치에서 옳고 그름을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시각과 미각의 다양한 기호들이 있을 뿐.
하물며 한 사람과 한 집단의 스타일도 그러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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