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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2013. 7)

요즘 페북에 팥빙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여러 모양의 팥빙수를 보다보니 떠오른 잡생각.
보통 팥빙수는 팥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몇몇 데코레이션을 위한 재료들이 얼음 위에
올라간다. 우리집 팥빙수는 이렇게 많은 걸
얹어줘요...라고 쥔장이 말하려는 것 같다.

한번은 갈은 얼음 아래쪽에 팥과 아이스크림을
넣은 사진을 봤다. 겉으로 보기엔 바닥이
짙은 갈아놓은 얼음산 같이 밋밋했다.
... 과연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이런 얘길 꺼내면 대개는 후자가 포장은 별로
지만 진정한 앙꼬들이 푸짐하여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럴 확률이 높다.

팥앙금과 아이스크림이 얼음 위에 있냐 아래에 있냐
하는 문제는 팥빙수의 철학이다.
전자는 재료를 홍보한다. 나 이만큼 올라가 있으니
당연히 섞으면 맛날 것이 아니겠냐...라는 의도다.
후자는 맛을 홍보한다. 팥빙수를 시켰는데
얼음 아래 깔린 재료들은 보이지 않아도 섞으면
이것은 '팥빙수'의 맛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의미.

보여주는 것에서 자신감을 찾는가 보여주지 않고도
자신감을 내비치는가.
혹은,
보고서 믿는가, 보지 않고도 믿는가...의 문제다.
팥빙수의 팥의 위치에서 옳고 그름을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시각과 미각의 다양한 기호들이 있을 뿐.
하물며 한 사람과 한 집단의 스타일도 그러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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