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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흔히 사랑을 말할 때, 헌신이니 낮아짐이니..
영원이니 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난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겠지만, 눈 수술을 앞두고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내 눈 상태에대해 말씀을 드렸다.
지금 더 이상 글자가 보이지 않으며 간단한 수술이지만 최악의 경우
수술 후에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 때의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렇게 신음소리를 내셨다

"니 눈만 멀쩡할 수 있다면, 내 눈이라도 지금 당장 뽑아줄 것을
왜 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니..
죄는 내가 더 많이 지었는데.."
 
사실 난 겁내고 있었다.
실명을 할 경우에 머리를 빗을 일이며 식사는 어떻게 제대로 하며..
얼굴에 뭐가 묻었을 때 제대로 알지 못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을 지..
읽고 싶던 수많은 책들은 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머니는 그냥 본능적으로 자신을 눈을 파서라도 아들을 보게 하고 싶어 하셨다.
난,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난 내 눈을 파서
어머니의 눈을 고쳐드릴 자신이 없는데 말이다.
도저히 내 입에서는 두려워서, 입술이 떨려,
그런 말을 할 자신이 없는데 말이다.

구차함.. 헐벗음.. 자신을 내어줌..
영원히 변하지 않고 헌신적인 그 무엇..

30년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보살핌을 받았다고 하면서
눈알조차 내어드리지 못하는 나에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성경이 말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난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그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그래, 어머니 앞에 난 쓰레기에 가깝다.

 

200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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