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유모의 심정으로 수고한 바울 (살전 2:7-12)
[개역개정]
7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마땅히 권위를 주장할 수 있으나 도리어 너희 가운데서 유순한 자가 되어 유모가 자기 자녀를 기름과 같이 하였으니 8 우리가 이같이 너희를 사모하여 하나님의 복음뿐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너희에게 주기를 기뻐함은 너희가 우리의 사랑하는 자 됨이라 9 형제들아 우리의 수고와 애쓴 것을 너희가 기억하리니 너희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너희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였노라 10 우리가 너희 믿는 자들을 향하여 어떻게 거룩하고 옳고 흠 없이 행하였는지에 대하여 너희가 증인이요 하나님도 그러하시도다 11 너희도 아는 바와 같이 우리가 너희 각 사람에게 아버지가 자기 자녀에게 하듯 권면하고 위로하고 경계하노니 12 이는 너희를 부르사 자기 나라와 영광에 이르게 하시는 하나님께 합당히 행하게 하려 함이라
[메시지]
7-8 우리는 여러분에게 무관심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생색을 내거나 으스댄 적이 없습니다. 그저 어머니가 자기 자녀를 돌보듯이, 여러분에게 마음을 썼을 뿐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끔찍이 사랑했습니다. 여러분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9-12 친구 여러분, 여러분은 그 시절에 우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며 밤 늦도록 수고한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여러분에게 우리를 후원하는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여러분 가운데서 얼마나 신중하고 경우 있게 처신했는지, 또한 여러분을 믿음의 동료로 얼마나 세심하게 대했는지, 여러분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거저 얻어먹지 않았다는 것을 아십니다! 여러분은 그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자기 자녀에게 하듯이,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했습니다. 여러분의 손을 붙잡고 격려의 말을 속삭였고, 그분의 나라, 곧 이 기쁨 넘치는 삶으로 우리를 불러 주신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사는 법을 차근차근 보여주었습니다.
바울 사도가 스스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었으나 유모처럼 유순하게 굴었다는 이야기를 서신의 처음부터 언급하는 걸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셀프깔대기 수준의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이를테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너희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다거나 '너희를 사모하여 하나님의 복음뿐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너희에게 주기를 기뻐'한다는 언급은 정작 서로 신뢰하고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이들 간에는 굳이 필요치 않은 사족같다.
자신의 애정과 헌신을 낯뜨겁게 언급하는 이 도입부는 역설적으로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 교회를 향해 편지를 쓰면서 느꼈던 불안함, 근심스러움 혹은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바울은 이후 서신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메시지에 대해 비난하는 교회 내 일부 분위기에 대해 변론에 임한다. 한때 자신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복음을 전하고 양육한 한 교회에서 자신이 떠난 후 비난의 목소리를 듣게된 바울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오 해를 바로잡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허탈함, 서운함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살로니가 교회를 향해 서신을 써서 자신의 메시지를 바로잡고자 하는 그의 편지 초반 목소리에 다분히 사족같은 자기 공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언급들이 주를 이룬다. 선의의 행동이 오해를 받았을 때 만큼 상처가 되고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일이 또 있을까. 바울은 어쩔 수 없이 한때 공동체였던 지체들을 향해 자기변론에 임한다. 한때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도 자기변론적 글을 참 많이 썼던 듯 하다. 오해와 불신의 싹이 틀 때에도 동굴에 숨거나 인신공격, 혹은 맞비방의 마음을 버리고 힘들더라도 자기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바울 사도가 그러할진대 하물며 우리는 어떻겠는가.
'1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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