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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만큼만 책 사기 (2013. 6)

대형 마트, 창고형 마트를 안 다닌 지가 몇 년 째다.

 

필요한 음식만 농협에서 구입하고 필요한 것들은 소소하게 주문하는 식으로 지내는데 아직까지는 크게 불편하진 않다. 대형 마트에 발길을 끊고 나니, 무엇보다 불필요한 물건이나 묶음 상품들을 구입하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생필품과 달리 내가 절제를 못하는 분야는 책 구입이다.

이번 주에 읽어야 하는 책과 읽을 책이 이미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사은품과 쿠폰, 카드 포인트 등등 할인율이 높은 조합으로 온라인 장바구니에 구입할 책들을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게 책 읽기가 중요한 부분이긴 하나 솔직히 이런 과잉 독서가 내 삶을 바꾸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과도한 독서는 내 삶 자체를 구속하고 때때로 지적 '거품'을 형성한다.

종이책도 모자라서 전자책에도 손을 뻗고...

 

더군다나 독서량과 도서 구입량의 비례가 깨진지는 벌써 몇 년째다. 사놓고 언젠가 읽겠거니 하며 산 책들을 이제는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읽을 만큼만 책사기" 

 

대형마트를 끊은 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판단과 확신이 섰었지만 도서구입은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아니 허용 내지는 권장사항 같아 보이기도 했다. 솔직히 좋은 책이라면, 사지 않는 것보다는 의무감으로라도 사서 어서 읽어버리는 것이 미덕 아닌가. 하지만 결국 그런 변명들이, 거리낌없이 많은 책들을 사게 만들고 그렇게 '과식'으로 채워진 정보와 지식들이 내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 사이의 간극을 더 키워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여전히 매일매일의 결심들이 자주 무너지곤 하지만 "읽을 만큼만 책사기"는 곱씹어 볼수록 대형마트보다 더 내 삶과 내면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 같다. 눈물을 머금고 장바구니를 비워본다.

 

책 그만사라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