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중앙정보부에서 심문을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청구회'의 정체와 회원의 명단을 대라는 추상 같은 호령 앞에서 나는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떠한 과정으로 누구의 입을 통하여 여기 이처럼 준열하게 그것이 추궁되고 있는가. 나는 이런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8월의 뜨거운 폭양 속에서 아우성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만 듣고 있었다. 나는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득한 그리움처럼 손때 묻은 팽이 한 개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답변해주었다. '국민학교 7학년, 8학년 학생'이라는 사실을. 그후 나는 서울지방법원 8호 검사실에서 또 한번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청구회 노래'인가?"검사의 반지 낀 손에 한 장의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거기 내가 지은 우리 꼬마들의 노래가.. 이전 1 ··· 44 45 46 47 48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