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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 그리고 속내에 관한2 (2014. 7)

한때 나는 글에 대한 애착, 집착이 심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애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그 정도가 유난히 심했던 것 같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공감할 수도 있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나름대로는  노력도 많이 했고 쓴 글은 대부분 컴퓨터나 블로그 같은 인터넷 공간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내 글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자주 타인의 글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도 했다. 비슷한 부류의 논객 글들은 비교'질'을 일삼기도 했고, 글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글로 그 사람의 인격마저 폄하해댔다.

 

물론, 머리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신영복 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외부 강연에서 했던 말처럼 집을 짓는 목수는 그림을 그릴 때 지붕의 기와부터 그려나가지 않고 집을 짓는 순서대로 주춧돌부터 그리는 것을 보고, 소위 지식 자체에 함몰된 자신과 같은 '백면서생'의 문제를 30년 넘게 감옥 안에서 절절하게 경험했다는 일화들 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멘토들, 전문가들, 그들이 집필한 넘쳐나는 양서들. 더 정제된, 더 날카로운 지성의 향연,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들. 사실 그러한 양서들과 논객들의 논리들이 사회를 각성시키는데 일조한 면이 분명히 있다. 허나, 그 옳은 말들과 글들, 그 정교한 논리의 '과잉'이랄까.

 

말과 글들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이 나라의 구석구석은 침몰하고. 많은 논객과 글쟁이들의 담론 속에서도 공동체는 후퇴한다. 엄밀히 말해 그것이 그들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많은 대중들은 말과 글의 힘을, 이른바 담론의 힘을 너무 맹신했거나 우상시했던 건 아닐까.

 

혹은 말과 그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너무 강하게 여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예전에 비해 나는 글이나 말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속을 버리면서,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자주 발견한다. 막막한 세상 속에서 여전히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호감과 애정을 갖게 만드는 주변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말과 글에 입각해서 사람을 대하고 평가했던 내 '작은 우주'가 허물어지는 느낌. 아마도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 생경한 느낌을 전적으로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어느덧 그런 정서가 생겼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글과 말들에 대한 과잉된 애착. 누군가를 만나면 귀를 쫑긋 세우고, 소위 '뜨는' 저자의 책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노력이, 심드렁해졌다. 그보다는 말없이 매일 꾸준히 세상과,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가는 사람들, 어눌한 말주변이지만 그 말이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은 사람들.  

 

어느덧. 부지불식간에 그런 정서가 생겼다. 부지불식간이라고 하기엔 명확하게 기억나는 사건들과 사람들이 있다. 나의 오랜 우상들을 무너져 내리게 만든, 따뜻하고 성실한 인격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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