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나를 인식한 시기부터 기독교인이었다. 초기의 내 신앙, 즉 유년기, 청소년기에는 성경이 내겐 신비로운 책이었고 어려운 책이었고 무서운 책이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내 신앙은 재편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시작되었고 - 그 때에는 나름 진지했던 - 타종교와 기독교의 비교, 기독교의 정합성 등에 빠져 지냈다.
이후로는 보수적인 교리를 중심으로 '복음주의권'으로 대변되는 신학적 관점에서 다른 관점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었다.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이 가장 성경을 연구하는데 흥미를 자극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 바닥의 교리와 주석에 대부분 의존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한때 '렉시오 디비나'가 지적인 분석에 충실했던 복음주의권 내부에서도 크게 호응이 일어 나름대로는 성경을 보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고 나도 그 유행에 합류했었다.
대략 30년 이상을 성경을 읽어왔지만 최근에 나는 살면서 한번 정도는 이 모든 배경, 즉 내게 주어진 교리와 내 종교적 배경 안에서의 주석과 강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해석에서 벗어나 내 실존적 질문들과 씨름하는 성경 읽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성경 읽기가 어떤 방식이다 라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통칭하자면 허세 없는 성경 읽기,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실존적인, 내재성으로만 신적 의미를 찾는 성경 읽기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설명이 충분치는 않지만, 일단 그렇게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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