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관련하여 가장 잘못된 편견은 그가 예술지상주의자라는 것이다. 지금도 이중섭에게는 '처자식도 버리고 그림만 그리다가 미쳐 죽은 광기의 천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다. 혹시 그렇게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결코 예술만을 위해 살다 죽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예술이 인생에 봉사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림은 나를 말하는 수단"이라고 할 때, 그 말은 인생(나)이 주인이요 그림은 수단이란 뜻이다.
무엇보다 이중섭은 인생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분리하여 아름다움 자체를 즐기려는 유미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많은 편지에서 '아름다운',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삶과 예술이 구분되어 있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기 싫어했던 것이다. 반대로 그는 훌륭한 예술, 참다운 예술, 행동하는 회화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으며, '새로운 생명을 내포한, 믿을 수 있는 방향을 지시하는 회화'를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그는 예술이 우리들의 생활에 무언가 유익한 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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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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