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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Libris

<열한 계단>, 채사장

도서관이 더 많고 좋아졌으면 한다. 책은 더 많아지고, 자리는 더 쾌적해지고, 밥은 더 저렴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지혜를 앞에 두고 침묵 속에서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그들의 용기를 사회가 보호해주었으면 좋겠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 내가 코타키나발루를 선택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사진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 해안과 수평선, 그리고 노을과 구름으로 채색된 하늘이 전부인 사진이었다. 도착한 베링기스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소박하고 오래되어보이는 건물들과 적당히 관리된 정원, 야자수와 도마뱀, 그리고 넓고 탁 트인 해안을 뒤로하고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루 일과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해가 뜨기 전에 해안에 나가서 숲속으로부터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해가 질 때쯤 다시 해안에 나가서 해안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동안 향유하지 못했던 기쁨을 모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사람처럼 열정을 불태우며 온종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채사장, '열 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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