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IT기기 덕질을 하는 편이라 대체로 뭔가 새로운 기기가 출시되면 궁금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견물생심인지 SPEC이 좋은 기기를 갖고 싶은 욕심도 함께 생겼고 한동안 그 욕심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집에는 '서브-'라는 명목의 기기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더 좋은 물건을 사면서 중복되는 옛 기기들을 나는 그렇게 부르곤 했다. (그렇게 그간 소소하게 돈ㅈㄹ을 좀 해댔다...)
올해 극단적 정리벽이 도지면서 이러한 기기들에 대한 '고찰'(서브 기기란 무엇인가...)도 하게됐고, 내 이상한 '논리'와 함께 소장하던 상당수의 기기들도 정리의 대상이 됐다. 여기서의 바로 그 정리 기준이 '적정기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여러 개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만 남기고 다 처분했는데, 사실 나는 키보드 착탈식 노트북도 가지고 있었다. 내 노트북은 좋은 기기이지만, 그리고 내가 블투 키보드를 다 정리하고 한개만 남겼다 해도, 그 노트북이 있을 경우 실제로 블투 키보드를 사용할 일은 드물었다.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간에는 그건 서브키보드로 자리매김해왔던 셈이다.
작년부터 퇴근 후에도 중간중간 회사 그룹웨어로 업무 메일을 쓰는 용도로 LTE 태블릿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있으면 굳이 고가의 노트북이 필요 없고 블투 키보드와 합이 맞겠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정리하고 LTE가 되는 10인치 태블릿을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반면 컴퓨터는 낡은 걸 유지하고 있었는데 노트북이 없어지면서 재택근무용으로 쓸 사무용 미니PC를 중고로 구입했고 아이도 줌수업이나 게임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중고로 사양이 좋지만 가격은 저렴한 본체+모니터를 구입해서 설치해줬다. 아내는 아이가 컴퓨터를 소유하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태블릿을 넘겨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때는 굳이 노트북이나 폰이 아니더라도 그걸 활용한다.
이제까지 말한 모든 새 장비들을 합해도 백만원이 채 되지 않지만 '적정기술'에 대한 고찰 덕에 사용할 용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대한 사양 결정, 중고 검색 등등을 나름 취미생활이라 여기고 이것들을 계획, 구매, 정리(중고처분+새 기기설치)를 하고 나니 나름 시간도 잘 가고 성취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첨언하자면, 이런 게 적정기술이라고 말하고는 언제 마음이 또 바뀔지는 나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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