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지인들로부터 지난밤 꿈얘길 듣곤 한다. 혹은 페북에서도 자주 꿈얘기 포스팅을 보게되는데 개인적으로 꿈해석 공부를 하면서 너무 큰 도움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가끔 타인의 꿈 얘기에 해석 댓글을 남기는 오지랖을 떤 적이 있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자신의 꿈이 내 댓글처럼 생각되지 않는 게 대부분인 것 같고 설령 내가 언급한 그런 의미라 하더라도 꿈자체가 무의식의 영역을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맨정신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도 했다. (후자에 대해서 부연하자면, 꿈은 의식 상태에서는 눌러버리는 속내나 욕구가 좌절될 때 그것을 꿈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의식상태에서 그 얘길 들으면 아닌 것처럼 행동하거나 아예 모르는 일로 여기기도 한다.)
.
해서 '다시는' 개별 꿈이야기에 대한 답글을 무례하게 달지는 않기로 했고, 상대가 진심 궁금해서 물어보는 경우에만 말을 하기로 다짐했다. (이 다짐...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개별 꿈해석은 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고 나 스스로도 큰 도움을 받은 꿈해석의 기본 명제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대체로 이 기본적인 해석 명제들을 상기만 해도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만 대체로 다들 이 명제를 소개해도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긴 하다.
.
먼저 모든 꿈은 나의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조언이다.('어느 정도' 친절하다는 건,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내 무의식을 알려주므로 친절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해석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얘기는 지난 밤 악몽을 꾸었다, 누가 나를 죽이려고 쫓아왔다거나, 하늘이 잿빛으로 변해 멸망할 것 같았다거나, 배우자와 심하게 소리지르며 싸웠다거나, 나 혹은 가족이나 친구가 죽어서 너무 슬펐다, 아직도 생생해서 기분이 너무 안 좋다고 하는 경우를 본다.
이 모든 이미지와 꿈속 사건은 내가 잊지 않고 잘 기억하라는 의미일 뿐, 그날의 운이 나쁘다거나 꿈에 나온 사람이 실제로 곤경에 처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꿈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재형의 일들 중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과거의 인물과 사건, 상황, 보았던 영화속 장면들처럼 익숙한 것을 극적으로, 때론 무섭게라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건 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누가 등장하건 간에 모두 '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회사에서 나를 괴롭힌 상사, 엄마, 아빠, 아들, 딸, 미운 친구, 썸타는 이성, 이 모든 등장인물은 '나'이며 특히 내가 피하고 싶은 내 모습이 투영된 존재라고 생각하면 적절하다. 따라서, 주로 옛 애인이 꿈에 나왔는데 너무 친절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깨고 나니 후회가 되더라, 다시 연락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거나, 반대로 꿈에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걸 알게 되어 너무 화가 나거나, 슬펐다면 그 배우자보다는 자신의 문제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
마지막으로,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과거의 어떤 사건(입시, 입사 실패, 애인과 헤어짐 등)이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전히 꿈해석은 현재의 이슈를 다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의 억누른 기억을 돌아보라는 의미로 꿈에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또한 그 이슈가 현재의 나에게 강한 영향을 줄 때에만 나타난다. 일례로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다거나,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되서 당황하거나, 남자들은 다시 군대에 가게 되는 꿈은 그 시절의 고통이나 회한을 되새기라는 의미이기 보다는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지 않은 어떤 일이 그 시절의 중요한, 혹은 힘든 상황에 버금간다는 의미일 경우가 빈번하다.
.
추가로, 꿈에서 내가 죽거나 가족, 절친이 죽는 경우, 혹은 내 자녀가 꿈에 부모(나)를 죽였거나 자녀가 죽는 꿈은 모두 단절에 의한 도약을 의미하므로 축하할 일이지, 주눅들거나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거나, 혹은 아이가 부모에게 반항심이 있지 않나, 혹시 우리 애가 잔인한 게임을 너무 많이해서 폭력적이 되었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과거의 내가 확실히 죽고 이제 새로운 나로 변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의미이므로 자신이 그런 꿈을 꾼 경우 자축할 필요도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쫓아와 죽이려다가 실패한 경우, 죽을 뻔! 한 경우는 변해야 하는데 버티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므로, 내가 왜 변화를 못 받아들이고 버티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hort N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면 (0) | 2021.03.16 |
---|---|
AI (0) | 2021.03.16 |
적정기술 (2021. 1) (0) | 2021.03.16 |
당근마켓 (2021. 1) (0) | 2021.03.16 |
단상: 코로나블루+ (2020. 12) (0) | 202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