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2017. 10) 누구나 원가정을 향한 향수가 있다. 원가정이 좋았냐 나빴냐 깨졌냐 유지되었냐에 상관없이, 원가정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동경 같은 게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해가 저무는 저녁 보글보글 끓는 찌개소리, 밥그릇과 수저 놓는 소리, 얘들아 밥먹어라 엄마 혹은 아빠의 무심한 톤의 목소리를 들으며 식탁에 오손도손 앉아서 먹는 밥.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건조하게 풀어놓는 하루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어 라고 말하고 일어나는 저녁 식사 자리. 돌이켜보면 내 원가정의 저녁식사 시간이 그렇게 행복했던 건 아니다. 아버지는 자주 없었거나 만취 상태로 들어오면 우릴 깨우지 않고 곱게 잠들길 바랬다. 지친 어머니의 모습, 원망섞인 말들, 사춘기를 지나 점점 모이지 않게된 식사 시간, 결혼 ..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3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