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기고] 안과 밖 (2001. 5.) 밖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장대비가 온 땅을 삼킬 듯이 퍼붓고 있습니다. 이중 창문 닫아걸고 현관문 걸어 잠그면 아득한 바깥 비 소리에 젖어 드는 원두커피 향이 감미로운 아늑한 실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가스펠을 즐기며 지금 이 순간 바깥에 있지 않음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느 불안한 축대들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 어느 집 허름한 지붕을 뚫고 떨어져 내리는 빗물 소리, 이리 저리 휩쓸리는 풀잎들, 벌레들의 비명 소리는 그저 이중창 바깥의 소리일 뿐입니다. 불어난 빗물이 어느 동네 낮은 집들을 삼키는 모습, 비에 젖은 신문지를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의 모습 늦은 밤 고단한 몸 흠뻑 젖어 퇴근하는 이웃들의 모습은 다만 현관 철문 바깥의 풍경일 뿐입니다. 지금 밖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고슬고슬한.. 이전 1 ··· 312 313 314 315 316 317 318 ··· 3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