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4.2.8)

1.
얼마전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셋이서 장난치다가 한 아이의 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망가졌고, 아이는 걱정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친구가 백만원 가량의 스마트폰을 새로 사내라고 한 모양이었고, 나는 일단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부모님 연락처를 받아뒀다. 다행히 아이의 폰은 액정만 수리하면 문제가 없었고 부모는 같이 장난친 두 아이의 부모(나)에게 연락하여 액정값 수리비만 송금해달라고 했다. 연락을 받은 나는 그 정도면 충분히 배려를 받았다고 여겨 전화로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정작 다른 아이의 어머니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일을 키우고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 어머니는 우리 아이의 말은 다르더라며, ‘보험사와 주변에 아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이러이러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는 말을 하며 좋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실 팩트는 그 아이가 최종적으로 폰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렸고 자기 부모에게 혼이 날까봐 이리저리 둘러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보다 못해 내가 중재에 나섰고 최대한 친절하게 ‘무엇보다 아이 셋이 학교에서 많이 친한 것 같고 서로 놀다가 일어난 일인데 이렇게 처리하다가는 애들이 서로 멀어질 것 같다, 그리고 새 폰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데 아이 부모님이 좋게 해결하려고 하신 거 같으니 이정도에서 많지 않은 금액 분담해서 드리자고 읍소했고, 간신히 그 아이 부모를 설득하여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2.
작년 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가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길래 잠시 정차했는데 그 아이가 자전거 운전이 미숙했던지 멈추지 못한 채 달려와서 우리차를 들이받고 넘어졌다. 아내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학원이 늦었다며 다시 급히 가려는 아이를 붙잡아 세우고는 부모에게 연락을 했는데 부모를 부르자, 이 상황은 하나의 정형화된 사건으로 변하게 됐다. 결국 우리 자동차보험사 직원이 오게 됐고 직원은 요즘은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 성립되어 아이의 부모와 잘 합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듣던 아이의 부모는 일단 병원에 가보고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이후로 그 아이는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이상이 없자 한방 치료를 받는 등 2개월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자전거 수리비용 포함 백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고 보험사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3.
기성세대가 이른바 MZ세대를 희화화하며 그 개인주의적인 특징들을 꼬집어 비난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나는 주로 내 세대의 꼰대들에게 더 비판적인 편이지만, 때로는 과하게 몸을 사리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주변의 젊은 후배들을 볼 때는 나도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배경을 그들의 경쟁적인 입시나 사회구조로 돌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최근의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혹은 빈번하게 주변 사람들이 우리 동네 지인들, 내 아이의 친구 부모라는 구획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물리적 공동체 안에서조차 규정을 들먹이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피해는 최소화하는데 익숙한 우리세대 부모들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결국엔 그들이 그렇게도 비난하는 특정 세대의 습속을 체득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