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람은 믿을만한가'에 관한 '사람은 믿을만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체적인 정서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언행불일치,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더라',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식의 절망감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래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살아가고,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종교심에 기대어 그저 사람을 신뢰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른바 일방적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이 궁극적 사랑의 태도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인간을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누군가에게 실망감이나 배신할 것 같은 불안감을 품고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원론적으로는 옳다고 믿고 싶은 이 '입장'도, 나는 현실적으로는 인간 자체에 대한 환멸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계.. 이전 1 ···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