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누나, 매형과의 관계 이야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20대에 자아과잉이었던 것 같다.(비겁 대운이 들어와서인 듯.ㅋㅋㅋㅋ) 대학시절에 누나와 함께 살았고, 복학 후에도 한동안 결혼한 누나집에 얹혀 살았음에도 나는 스스로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음에도(특히 누나) 꽤나 당당했던 것 같고, 누나에게는 자주 과한 부담을 주거나 반대로 함께 살면서 무심하게 대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일을 전혀 돕지 않았다거나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바쁜 일이 있다며 빠지곤 했다.
뒤늦은 깨달음 뒤에는 항상 이불킥이 기다리고 있는 법. 과잉 혹은 멘탈갑이었던 거품들이 빠지고 나니 누나 부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뒤늦게' 들었고, 그 이후로 나는 두 사람의 생일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물을 고르고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렸다, 잘 몰랐다, 미안했다는 식의 마음이 담긴 긴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매형도 그렇고, 특히 누나는 내 긴 문자에 농담처럼 그랬어? 기억 안 나는데? 라고 하거나, 나도 정신이 없어서 별 생각이 없었다, 혹은 그냥 일상적인 농담으로 답을 했고, 나는 그런 누나가 겸연쩍어하는 것으로 여겨서 또 여러차례 그런 마음을 전하는 게 반복이 됐다. 올해도 다시 그런 마음을 표했고 다시 누나가 별 반응없이 농담을 했는데, 이번엔 서운함과 더불어 약간 짜증이 났다.
'왜 내 마음이 담긴 말들을 한번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는거야. 나도 이제 지친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누나에게 질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사과 받아주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 마음이 불편한데 그 이유는 과거의 내 과오를 그냥 둘 수 없고, 나는 그 때의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걸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결국 사과를 하려는 마음보다, 그래 네가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좋은 놈이 됐다는 인정을 받고 싶은 게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나에게는, 그 시절의 불편과 고충을 감당했는데 이제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확인까지 해줘야 하는 이중의무를 지운 셈이다. 나는 그 의무를 누나가 성실히 수행하길(내게 답해주길 기다리며), 명세서처럼 긴 글을 써서 매번 이렇게 '질척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살지 말자고 또 다짐한다. 그냥 살갑게 일상을 살면 된다. 그걸 못해서 뭔가 의미를 추구하는 척, 나는 아직도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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