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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Notes

말 잘 하는 사람이 되자

대학원 지도교수님은 공학도 출신답지 않게 예술 조예도 있었고 자기PR에 강한 분이었다. 처음엔 그런 면이 좋아서 자연스레 그 연구실로 가게 되었고, 당시 자기계발 관련 책들과 리더십관련 강의들이 쏟아지면서 더더욱 그런 방향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쁜 쪽으로만 말한다면 나를 포장하는 능력에 관심을 꽤 많이 쏟았던 셈. 


인간은 대체로 한쪽 극단으로 달려가다 보면 급회의감이 찾아오면서 그 반대 방향의 '백래시'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한 10년 전부터 나에게도 이른바 이런 '포장 능력'을 기피하게 되었고 급기야 그 자체를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좋게 본다면 주변에 글 꽤나 쓰던 많은 논객들이 사적으로는 그리 좋은 인격의 소유자가 아님을 경험하면서 실망감이 누적되었고, 반면 말주변이 너무 없거나 혹은 이상한 말로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서 지인들을 잃던 이들 중에는 묵묵히 자신의 소신대로 소소하게 나마 사회에서 '앙가주망'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참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일에서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근데, 그렇게 10년을 대충 말하고 대충 글쓰고 살다보니 능력이 점점 떨어져서 최근에는 내가 하는 말을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ㅋㅋㅋㅋ 게다가 나이가 드니 잔소리가 길어져서 말을 시작하면 좀처럼 끊지를 못하는 무서운 병에 걸리기도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느 시점에 나름의 결단이 있었다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싫어하는 인생) 선배들의 말하는 스타일이 나에게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나이들어 길게 말하는데 직설적으로 부장개그를 얹어서 내용없이 말하는 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면서.ㅋㅋㅋㅋㅋ (써놓고 보니 더 너무 별로야 ㅋㅋㅋㅋㅋ) 정신차리고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역시 중년의 묘미는 오락가락하는 마음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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