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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Notes

다시, 라캉 ('21. 6.19)

1.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한 철학이나 사상에 한참 빠져서 공부하다가 어느 순간 멈추게 됐다. 니체나 푸코까지는 즐거워하다가 하이데거, 후설, 라캉 즈음에서 멈춘 것 같다. 이유는 당연히 머리가 (후)달려서였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접은 건, 노력 대비 나에게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콩고물이 없다는 짐작 때문이었다. 이 사유의 끝은 무엇인가.. 항상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런 고상하고도 뇌를 괴롭히는 취미생활을 접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해야겠다 생각한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캉은 미련이 남았었다. 내게 심리학은 공부하면 남는 게 있는 영역이었고, 그래서 학점을 따서 학사도 마쳤고 프로이트나 융 언저리를 헤맸다. 융은 이부영 선생 덕에 기초를 잡았지만 프로이트는 유명세에 비해 뭘 말하려는 건지, 연구가 진행되면서 자기 생각을 왜 바꾼 건지, 단적으로 말해 뭐가 최종인지 ㅋㅋㅋ 뭐 이런 것들이 궁금했는데 '프로이트로 돌아가자'고 선언한 라캉 덕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도 정리가 됐고, 그 여파?로 라캉주의도 입문하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고상한 취미의 늪에 빠져 다시 하이데거, 소쉬르, 레비-스트로스에 로만 야콥슨부터 에드거 앨런포의 '도둑맞은 편지'나 '햄릿'까지 복습해야 하는 고통이 시작됐고, 나는 다시 확실히 알지 못하면 손대지 않겠다는 범생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2.

시간차 공격. 나이가 들면서 한 학기에 한 과목을 배우던 습관 때문인지, 뇌용량이 그 시간 동안 흡수하지 못하면 그 분야 자체를 떠났던 공부DNA가 나이들면서 새롭게 변하게 됐다. 일례로 융심리학이나 명리학이 그런 류에 속한다. 특히 명리학은 한자를 포기한 세대인 나에게 처음부터 고역이었고, 자축인묘 진사오미.. 운, 사주, 동양적인 이런 거, 정말 싫어했던 나에게는 공부 중간중간 생기는 저항감이 만만찮았다. 다 강헌 선생 덕에 참고 공부했지만, 초기 3개월을 밤낮으로 명리만을 생각하며 보냈지만 정작 그 핵심이 손에 잡히지 않고 걷도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1년쯤 지난 어느날, 아 그때 읽었던 그게 바로 이거 아닌가. 뭐, 이른 뜬금없는 생각으로 명리 책을 다시 폈고, 몇 달 정도 열심히 봤다. 핵심에 근접하진 않았지만 이쯤되면 어디가서 훈수 정도는 두겠구나 싶었고 또 1, 2년이 지나면서 뇌가 놀다 지칠 때쯤 다시 공부를 하면 계단식으로 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는 경험을 했다. 아... 이해가 안 되면 죽기살기로 지쳐 토할 때까지 공부하다가 뇌용량을 탓하며 떠날 필요는 없는 거구나. 생각했다.

3.

그렇게 늙어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해 안 되는 부분은 피식 웃으며 덮어두고, 다음 해, 그 다음 해에 한번씩 꺼내 읽으면 마치 없던 청사진이 바닥에서 매직아이 올라오듯 조금씩 뚜렷해지는 즐거움에, 술을 담그고는 잠시 묵혀둔 사람처럼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가, 아... 가성비는 안 나오지만 궁금했던 것 중에 라캉주의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 오래되긴 했지만 라캉의 정신분석 궁금하긴 했는데, 다시 한번 파보자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 너무 많은 말을 한 거 같다. 본론은 다음 기회에 써야할 거 같다. 나, 이제 글쓰기에 진심이 없어져서... 다음에 기회 되면 본론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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