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기고] 모조미학 (模造美學) (2000. 4.) 얼마 전 할머니께서 조화(造花)를 만드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홀로 지내셔야 하는 적적함을 견디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는 생각에 어머니와 함께 마음 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꽃을 보내 오셔서 오랜 만에 집안에 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걸음만 뒤에서 본다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세련된 꽃의 생기있음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하루는 방 안을 정리하다가 너무나 삭막해져 있는 내 주변을 보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와 그 주변 도구들, 전화기, 그밖의 여러 전자 제품들, 그리고 난해한 책들로 수북히 쌓여있는 제 방에서 인간의 정서를 느끼기엔 너무 모자람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다름아닌 가짜 꽃들이었습니다. 내 .. 이전 1 ··· 320 321 322 323 324 325 326 ··· 3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