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2000) 나에 대해 적어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얘기하라면 멈칫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다고 하기보다는 적어도 자신에 대해 소개하려면, '나'라는 사람을 이제까지 가꿔준 많은 일들을 모두 소개하고 그런 일들로 인해 내가 느꼈던 감정들, 깨달았던 사색들, 그로 인해 지금껏 의지적으로 노력해온 부분들을 모조리 털어놓아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인해서인지... 마치 고향집에 놀러 온 손자들에게 감자를 굽는 화로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얘기 해대는 여염집 할머니의 모습처럼 보일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혹은 어쩌면 그런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생각, 상대방에겐 흥미롭지 않은 그저 그런 남의 얘기 취급당할 거란 생.. 이전 1 ··· 321 322 323 324 325 326 327 ··· 3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