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기고] 도서관 속의 '창백한 지성' (2000. 2.) "이런데서 책이나 실컷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가까운 공과 대학원생과 함께 도서관을 갔다가 나오면서 내뱉은 그의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비전(vision)이라기 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말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그였기에 비록 그의 말이 저의 생각에 반(反)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끝내 마음 속에 있던 생각들을 그 앞에 속시원히 드러내지 못하였습니다. 동상이몽이라 했던가, 함께 길을 걸으면서 저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들이 그의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서관 안에 있을 거라면 책은 무슨 필요인가?' 그는 편안한 의자에서 지적 유희를 즐기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밖에 있는 어렵고 힘든 현실에.. 이전 1 ··· 322 323 324 325 326 327 328 329 다음